변피디가 쓰는 기록장

거짓말이다 - 1 본문

문화를 겪다/독서의 즐거움

거짓말이다 - 1

Byeonpd 2016. 12. 9. 13:02




거짓말이다 - 김탁환




기록하고 싶은 책의 내용들




지구라는 행성 전체를 비추는 햇빛으로부터 홀로 멀어지는 느낌은, 단지 어둡다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잠수를 마친 뒤에도 그 느낌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고 되살아납니다. 빛이 없는 세상으로 스스로를 추방하는 외로움이랄까요.흐릿하게 가물거리던 빛 망울마저 사라집니다. 봄 바다를 감싸며 반짝이는 찬란한 빛 따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비상 상황이니 지금은 무리를 해서라도 작업하자. 혹시 몸과 마음에 문제가 생기면 나라에서 치료해 주겠지! 병사가 참호를 원망하진 않지만, 터무니없는 명령이 내려올 땐 괴로운 법입니다.









여자친구를, 5년 전 친구의 소개로 만난 후 제가 가장 긴 시간 공을 들인 부분은 산업 잠수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지우는 것이었습니다. 장비를 완벽하게 갖춘 후 충분히 쉬면서 일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그녀에게 스쿠버 잠수를 가르친 것도 잠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한 걸음 나가란 소린 열 걸음 나가란 소리와 같습니다. 눈물에 가장 가까이, 분노에 가장 가까이, 그리움에 가장 가까이, 죽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란 명령이었습니다.









ㅡ 이렇게 뒷모습만 찍는 이유가 뭡니까?

나는 유가족 동의도 없이 시신을 찍는 것이 얼마나 비윤리적인 짓인가를 지적한 마리아의 설명부터 옮겼습니다. 속보나 자극적인 기사를 뒷받침하는 사진보다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상처 고통 그리고 그것들이 만드는 어두운 부분을 사진에 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잠수사는 기다림을 혹처럼 달고 삽니다. 잠수사가 준비를 완벽하게 마쳐도 바다 사정이 좋지 않으면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잠수복을 입은 채 30분 혹은 1시간 기다리면 누구라도 지칩니다. 물살이 조금만 잦아들어도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급합니다.









가족이나 친척 혹은 친구들에게도 선뜻 연락하기 어려웠습니다. 시시콜콜한 세상 소식에 제가 도통 관심이 없는 탓에 분위기만 깼던 겁니다. 가벼운 대화는 주고받되, 저를 전혀 모르는 사람과 스치듯 만나고 재회하지 않길 바랐습니다.











보상금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급되는 게 아냐. 국가가 먼저 보상금을 육족에게 지급하고, 사고에 책임이 있는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해서 이미 지급된 돈을 받아내는 거니까. 구상권이란 '타인이 부담하여야 할 것을 자기의 출재로써 변제하여 타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부여한 경우 그 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야.  이 방식은 유가족이 아니라 정부에서 먼저 제안했고.











참사의 진상을 조사하여 밝혀 나가야 했습니다. 첫째는 침몰 원인이고, 둘째는 구조 방기이며 셋째는 진상 은폐입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을 상상하기 위하여 자신이 가진 과거 기억에 의존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미래에 대한 상상은 내가 찾을 수 있는 관련 기억들이 합쳐져 구성되기 때문이다. 오래된 기억을 조합함으로써 가장 그럴듯한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는 무한한 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미래 기억을 가능하게 하는 과거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경험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후회와 깨달음을 동반한 적극적인 삶에 대한 경험, 즉 통찰을 수반한 마음의 일이다

- 이고은 [미래를 사는 사람] (2016.06.23),사이언스온.












소설 쓰는 기술이나마 지녔으니 다행인 걸까, 현실은 소설보다 훨씬 참혹하다 - 김탁환










'존경하는 재판장님께'로 모두 시작하더군요. 저는 '존경하는'이라는 꾸밈말을 누군가의 이름이나 직책 앞에 죽을 때까지 붙이지 않을 겁니다. 재판장님을 존경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존경하더라도, 다른 단어를 골라 제 마음을 드러내려 합니다.








깊고 차가운 바다 밑 좁고 어두운 선실. 생명줄 하나에 의지해 그리운 이들을 맞으러 내려간 심해 잠수사는 누구의 꿈을 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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